21.11.15

꿈자리가 뒤숭숭한 일주일

작년인가, 브레송의 pickpocket을 보러가서
저 영화를 반으로 접어서 정 가운데를 찢어 구멍을 내고 거기에 단지 여자 몇을 껴넣는다면
홍상수 밤과 낮이 될거라고 생각 했었다.
나는 당신과 내가 pickpocket의 사람들처럼.. 있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그저 손목 통증처럼 아주 가끔씩이나 내가 희망했던 구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황무지를 구원삼았고, 그건 어제도 그제도 1년 전에도 여전한 느낌이다.

14.9.15

1

내 분노를 누구보라고 싸지르지 않았고
누구와 같은 방법으로 복수도 폭로도 안했고 틈바구니에 끼어 헛소리 위에 공통의 표피를 씌우면서 외로움이랑 허망함을 손쉽게 해결하지 않았다
당신은 그렇게 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그렇게 살아라
난 이내 아무렇지 않게 잘 있게 되었고 여전히 이것 저것에 실패하며 살고 있으나
여전히 이토록 바늘땀처럼 시간을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나 저러나
최소한 광원을 가지고자 노력할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이
아직까진 당신과 나의 공통된 입장으로 느껴진다 다행히도

19.8.15

꺄롱 꺄로롱



그림이라는 행위에서 가장 신기하고 좋아하는 부분이, 어떤 일을 할 때보다도 가장 시간이 빨리간다는 것이다.

17.8.15

heaven and hell

종이에 박아넣던 극단적인 감정들이 모두 아득해지고나서

잘 있어? 황무지에 나는 서있어
이곳에는 들꽃 한송이 피지 않아 문득 문득 울고싶어지지만
그래도 이곳에 부는 바람은 정말 존나 시원한걸

30.6.15

당신은 절대 몰라!

네가 했던 말이 얼마나 나에게 절벽같은 문장으로 다가왔었는지
그게 얼만큼 내 집안에 던져진 커다란 바위같은거였는지 앞으로도 절대 모르겠지
그게 내가 한참동안 성이 나있던 유일한 이유였는데.

26.5.15

5월

하루하루 살갗에 닿는 공기가 뜨거워진다.
이번달에는 이상한 인연들과 우연들이 겹겹이 쌓여서 내 의식속에 갇혀있던 것들에게
자꾸만 나오라며 서있었다.

오늘 한 선생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선생님은 끝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시고 바삐 돌아가셨다.
고야의 그림을 펴놓고 같이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내가 쓰는 꿈일기가 궁금하다고 하며 모든 이야기들간의 연관성을 흥미롭게 이어나가시는 선생님은 난생 처음이었다.

지금은 꼭 지금이 아니고, 오늘 못하면 내일로 지연시키는게 아니라 어쩌면 기약하는 것일 때도 있다는 것
노인이되면 늙고 힘없는 노인이 되고 싶다는 소설가의 이야기
그런 그런 그런 걸
알게 해주었던 주옥같은 시간들이 있어 무사히 5월을 하루씩 채울 수 있었다.


7.5.15

이천 십오년 오월 팔일


어젯 밤 꿈에서
나와 내 친구들 모두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 사이의 어떤 중간적 존재가 통치하는 정부 하의 시민들이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아케이드 안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쳤던 것 같다.
나는 왼쪽 가슴 밑에 총을 맞았다. 정부에서는 죽은 사람의 몸을 녹이는 용액을 바닥에 흘렸다. 친구들은 이미 다 멀어진 후였다. 나는 체온이 떨어지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녹을 수도 있는 상태의 몸이었지만, 지붕위로 올라가 그 아케이드를 탈출하기로 했다.
친구의 집 뒤에 있는 작은 방에서 어떤 의사가 돌봐주어 회복했다. 그리곤 이곳 저곳 다니며 경찰들을 피했다.
그럴 때 가끔 티브이 뉴스에서 보게되는 그 통치자는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일정한 시기에 건강을 위해 특수한 용액을 주입하는 냉동침대 휴식시기를 가지곤했다. 그는 그 폭동소식을 듣고 침대를 부수고 폭동을 일으킨 자들을 찾는다 하였다. 기분 나쁜 공포감과 짜릿함이 찰싹 붙어있어 무슨 감정인지도 잘 모를 무언가를 느꼈다. 한참을 그런 기분으로 있다가 눈을 떴다.


확실히 혼자만의 긴장감이라 설명하기가 힘들다.
시간이 무섭게 가고있다. 잠시동안 나는 어떤 것의 주인도 아니고 시간의 그림자가 되어서 걷고 있는 듯한.
신나게 춤을 추고 싶다. 사방에서 쏘아올려진 빛에 의해 시간과 내가 하나로 겹쳐질 수 있을 것 같아.

28.4.15

그리고

올 해는 그 공간에서 매일 매일 낮부터 밤까지를 보낸다. 가끔은 새벽까지 보내고.


2년 전 휴학을 할 때, 그 선생님이 그랬다. "그런 여러 문제들을 여기서 사람들과 같이 해결해보는 게 어때요?"
너무 멀리서 생각하면, 그냥 끔찍하고 슬펐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끔씩 가면 그곳에서 비교적 평온해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더 도망가고싶게 만들었다.
근데 이제 그 공간이 내 공간 같고, 애착이 간다.
그 곳에서 내가 매일 대화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길들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진다.


매일 매일 배운다.
축축한 서늘함이 아닌 금방한 걷은 빨래처럼 따듯하게 마른 가치들을 내가 느낄 수 있고,
해의 냄새가 나같이 난잡한 자에게도 여전히 기껍다는 사실이 어찌나 좋은지



씻으면 날아갈 것들


날씨라는 것을 느끼는 만큼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있다.
햇빛냄새가 나는 단어들 사이에 또 행간에 언제든지 습기를 채워넣을 수 있는 사람이길 포기하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어떤 시간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그 잔잔하게 흔들리던 것들을 다 툭툭 깎아낸 것만 같다.
그런 느낌들은 제쳐두고 내가 거칠거칠해져야 한다고 곱씹으면서 깩깩 앓도록 만들었던 것들도 이젠 흐릿해지니 그렇게 텅 빌수가 없다.
그래! 당연하지! 네가 맞아! 너 할 수 있어! 나도! 그러자! 라고 무디게 팍팍 단언하지 않으면 내일로 미끄러져 갈 수 없었던 시간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열성적으로 신을 믿는 사람들이 어떤 사건들의 이유를 하나의 가지에 감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어찌해서 그리 오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지금이 제 발로 떠나고 난 때에 지금의 문장들을 보면 깎인 곳에 돋아난 무언가를 보게될까.진짜 그런거라면 지금만 살고서도 단순하게 웃을텐데.
요즘은 노트앱에 쓸 법한 것들이라도 억지로라도 손에 펜을 쥐고 써본다.
그래도 쉽게 또렷해지지 않는다.
해와 습기를 눌러적는 데에는, 극단적으로 슬퍼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가 나있던 시간이 가고나서 어딘지 내 얼굴같지 않게 성기게 붙어있던 눈코입이 다시 내 얼굴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꼭 그 시간만큼이 걸릴 것 같다.

12.4.15

.


1년




당신들의 고통과 싸움과 포기와 믿음과 사랑과 망설임에 대해서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감정 공감 연민 이라는 신물나는 단어들을 절대로 돌아서 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무엇인가 쌓인다라는 피상적인 느낌들에 의해 나는 하루하루를 세어 본다.
망치로 내리 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노트에 따로 적어두고 있다.
그래도 참
시간이 빠르군
나의 문장과 단어들 2년전에 비해 많이 뭉툭해지고, 되려 근육의 결은 섬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