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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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몰라도 충분한 느낌이 든다

20.2.14

서신

친애하는 벗 카뮤트에게

이렇게 문득 자네에게 편지를 쓰는 나를 용서하게.
우리 사이엔 이런 급작스러움이 언제든 용인되어오지 않았는가.
물론 오래전 일이지만 말일세.
너그러이 용서해주길 바라네.
요 몇 일 몸이 아프면서 생각한 것들을 자네에게 들려주고 싶군.


나는 일년동안 별천지같은 세상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였네.
글쎄 그것이, 만나는 기분이라고 하기엔 아주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말이지.
온갖 인간상이 있었네.
우리가 보통은 역겨워할만한 느낌을 느끼지 못하여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어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신기한 세상인가!)
허울좋은 것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 생각지못한 이익을 취하는 사람
순박한 마음을 지녔지만 세상이 공평치 못하다는 사실을 마음보다 몸이 더 인정하여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몸을 지니게 된 사람(그들은 아주 마르거나 아주 뚱뚱하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몸을 싫어한다는 것이네)
젊고 춤에 능통하지만 박식함이 없어 그 춤사위가 결국 형편없이 보이던 사람
새벽에 눈물을 흘리며 일을 하러 가는 사람
하루에 다섯 번씩 변을 보는 사람
절대로 물건을 버리지 못해 유년기에 썼던 물건까지 모조리 지니고 있는 사람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 사람들.
그것은 숨막히는 행렬이라네
하지만 그 모두를 합한 표면에서 나와 자네 또한 비춰볼 수 있었네.

다시 말하지만 지난 일년은 나에게 커다란 것이었네. 어떤 결심도 없이 그저 뱅글뱅글 도는 기분으로 살았다네.
있지않은가.
몸을 둘러싼 장소를 바꾼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네. 엉덩이를 꾹 누르고 앉아있어 되려 코스모폴리턴일 수가 있었던 그 훌륭하고 명석한 사람.
그래, 우리중 누구도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네.
대신에  토악질을 할 것 같은 기분에서 온갖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밤새 천박하게 욕설이나 나누는 게지. 그렇게 허투루 지나보낸 밤이 얼마나 무수하던가.
그 때 우리가 일을 마치고 함께 갔던 어떤 낯선 공원에서, 그럴듯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파이프를 물고 술을 마시며 세상이 그들만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는 듯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것을 보며 우리가 지었던 장난스러운 표정을 떠올려보게.
원래 이해할 수 없게 되어있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힐난하며 도시를 떠나갔던 벗들을 보며
우리들의 한숨에서 거의 유황냄새가 나지 않았는가.


카뮤트,
지저분하게 앓고 난 다음의 그 거지같은 개운함말일세.
나는 어제 초저녁에 꾼 꿈을 꾸고나서야 내가 몇년동안 찾아해맸던 대답을 확연히 들었다네.
그건, 근 일년동안 해댔던 헛짓거리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였지. 그래도 후회는 없다네.
그 무수한 헛짓거리들이 아니었다면, 이 느낌에 오는 것이 힘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네

나는 걸음걸이에 대하여 곱씹고 있네.
진흙을 철벅 철벅 제 얼굴에 튀기면서, 발소리를 내야겠다고 되뇌이고 있네.
그냥 하면 된다네
그냥 하고싶은 것을 하면 된다네
생각하는 것을 이루면 된다는 말이네.
순도 0의 상태에서 생각하는 것에 불순물이 끼기 시작하는 시간
그 시간에서 우리의 욕구를 지켜내야하네.
고고하게 자신의 취향을 만드는 머리굴림은 이제 그만 두게.
나는 매일 아침이면 자연스레 밝아오는 햇빛의 참신함을 믿네.
그래도 그걸 해야한다네. 혼자가 정 힘들면 같이 하면 된다네.


캘리밴을 꽁꽁 가두고있는 돌을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체할 것이네.

쓸 데 없는 죄의식이나 피해의식을 갖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
서로 떨어져 있지만 나는 언제나 자네가 깨끗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는 믿음에
나의 가장 소중한 믿음을 할애할 것이네.
내안의 악마들이 살금살금 유혹해도 세상의 것들을 쉬이 미워하지 않을 것이고,
자네의 순박한 마음을 사악하게 호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겠네.

자네가 한참을 되새기다 내게 말했었지.
가장 짠맛과 가장 단맛이 만나는 점의 느낌에서 내가 붉은 옷을 입는 것이 좋다고.
꽃이 피기시작하면 붉은 옷을 입을 생각이네.

멀리서나마 내게 부디, 용기보다 더한 용기를 기원해주게.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