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8

서른

겨울이 되자 습관처럼 악몽을 꾼다. 누군가한테 말할 수 없다.
겨울은 나한테 위험하다. 무언가를 제대로 서술하지도 못하는, 괴롭고 게으른 무언가가 된다.

스물 여덟과 스물 아홉은 어떤 의미에서는 내게 재앙이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고, 동시에 잃었다. 절실한 무언가를 담기위한 자리를 마련하려고 나는 그 어지러운 것들을 내 삶에서 추방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당연한 이치였지만, 극단적인 상황들, 내가 원하던 것들이 거의 단번에 해결되는 시간동안 나는 행복과 불행은 붙어있는 것이란걸, 내 방법은 역시 이번에도 틀렸다는 것을 억지로 깨달아야했다. 그리고 영원히 나는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할 거란 것도. 나는 영원히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란 것도.
그리고 돌고 돌아서 나는 정말로 추방당한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나는 그 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얼마나 두꺼운 막속에 내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선가 만났을 수도 있을법하지만 어쨌든 낯선 사람의 블로그를 사흘 째 염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적어내리는 방식에 전율한다. 당연히 가감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내 안의 어지럽고 추한 무언가를 대충 얽어 한 서랍에 넣어 놓았다가 그걸 열고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건 대체로, 내가 보았고, 봐야할 영화들을 끝도없이 모아둔 하드디스크랑 비슷한 공간일 것이다.
영화를 봐야한다. 많이. 그냥 정말 많이. 예전처럼 영화를 보지 않게된 시간동안 나는 굳어지고 말라졌다.
그렇게나 영화에 온 정신을 의탁했으면서, 어떻게 한순간에 영화를 내게서 내쫓을 수 있었을까.
이게 떠나간 친구들이 나에게서 느꼈던 끔찍한 잔인함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