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15

씻으면 날아갈 것들


날씨라는 것을 느끼는 만큼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있다.
햇빛냄새가 나는 단어들 사이에 또 행간에 언제든지 습기를 채워넣을 수 있는 사람이길 포기하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어떤 시간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그 잔잔하게 흔들리던 것들을 다 툭툭 깎아낸 것만 같다.
그런 느낌들은 제쳐두고 내가 거칠거칠해져야 한다고 곱씹으면서 깩깩 앓도록 만들었던 것들도 이젠 흐릿해지니 그렇게 텅 빌수가 없다.
그래! 당연하지! 네가 맞아! 너 할 수 있어! 나도! 그러자! 라고 무디게 팍팍 단언하지 않으면 내일로 미끄러져 갈 수 없었던 시간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열성적으로 신을 믿는 사람들이 어떤 사건들의 이유를 하나의 가지에 감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어찌해서 그리 오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지금이 제 발로 떠나고 난 때에 지금의 문장들을 보면 깎인 곳에 돋아난 무언가를 보게될까.진짜 그런거라면 지금만 살고서도 단순하게 웃을텐데.
요즘은 노트앱에 쓸 법한 것들이라도 억지로라도 손에 펜을 쥐고 써본다.
그래도 쉽게 또렷해지지 않는다.
해와 습기를 눌러적는 데에는, 극단적으로 슬퍼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가 나있던 시간이 가고나서 어딘지 내 얼굴같지 않게 성기게 붙어있던 눈코입이 다시 내 얼굴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꼭 그 시간만큼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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