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12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더 믿고싶기 때문에 알려고 하는 것이다
냉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정 때문에
싫은 것이다

25.5.12

적어두기

너의 질문은 지금은 상식적이고 논리적이지만 그때에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믿을 수 없었어. 이상하게 보이니? 그때에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뭐라고 한정 짓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그 무엇, 너를 뛰어넘고 그 당시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린 것 말이다.
광야의 수 킬로미터 너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까지 갈 수 있는 체력의 한계 너머에, 우리와 그 마을들 사이에 가장 이론적인 것 외에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단다. 두개의 세상이 존재한다든가 아니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네가 엉뚱한 방향으로 이해하는 것을 원치 않아. 나는 공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육체적인 공포가 아니란다. 물론 여기 들판의 한가운데에 육체적인 공포는 존재하지.
나는 모든것을 의식하고 있었어. 이상하리만큼 선명한 이 의식으로 인해 생명을 지킬 수 있었어. 거기에 작은 행운이 더해져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게 된 거지. 추위나 배고픔으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어. 그래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멈출 수도 있었단다.
죽음의 공포가 우리를 이 고립된 장소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님을 너는 이해해야 해. 반대로 말해보자. 죽음은 우리를 두렵게 할 그 어떤 것도 아니었어. 죽음은 단지 거기에 있었을 뿐이야. 저 들판에, 우리 옆에. 우리가 죽음을 물리칠 것인지 아닌지는 단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거였어. 여기 모든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좌우되는 거란다. 물론 외부에서 중재하는 거대한 매개체를 통해 거기에 가게 된 거지. 그렇지만 이러한 외부적인 결정의 범주에서 우리가 죽을지 안 죽을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거란다. 이 중재자의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
죽음과 삶이 가능한 척도의 말할 수 없이 좁은 이 내면에서 모든 것이 가능했단다. 반대로 외부에서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았지. 아무것도 더 이상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좌우되는 것은 없었어. 우리가 살고 있던 곳에서 우리를 떼어놓은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그것들과의 접촉이 아무 데도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었어.
우리를 멈추게 한 것은 불가능, 이해할 수 있는 무용지물이었단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우연히 모인 결혼식 피로연에서 트럭에 타고, 기차 화물칸으로 옮겨 타고, 그 들판의 원시적인 공동체에서 같이 살도록 중재자에 의해 분리되어 그곳에 있게 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중재자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중재자가 있다고 의식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무익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했단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우리가 있는 곳의 상황을 이해하고 우리 앞에 놓여진, 한정될지라도, 내면의 논리적인 기준이 되는 체계를 발견했다는 점이야.



55-57p 과거 설계, 아나 블란디아나/백승남 역 , 지만지

22.5.12

뉴욕에 계신 여성에게.

안녕하세요.
어제 소포를 부치기 위해 당신이 좋아하시던 멘솔맛 한 보루와
거기서 친구들에게 선보일 만 한 모히또맛 네 갑을 구입했습니다.
좋아하실만 한 저의 사진 한 장을 동봉하고 포장을 마치고 학교 우체국에 갔습니다.
직원이 말해주길 작년부터 미국에는 담배를 보낼 수 없다고 합니다.
일반택배로 부칠 수 있지만 도착하는 동시에 폐기될 확률이 99%라고.......
보루는 환불하고 남은 것은 실기실에서 사람들이 즐기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이건 모두 당신이 저에게 편지를 부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는 오늘 졸업사진을 찍습니다. 왔네요 졸업할 때가.
사랑혜영

옮겨적기




'어떤 이들은 너무 일찍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는 공포를 경험한다. 사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적나라하게 아무런 배경 없이 통째로 바라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들의 존재는 자연의 법칙에 예외라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왜냐하면 이런 본질적인 부적응적 단절 상태는 유전적 적응 능력과는 별도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그것이 전제로 하는 과도한 명석성, 즉 평범한 존재의 지각 공식을 분명히 넘어선 명석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 이런 참을 수 없는 단절이 접근 불가능한 절대성을 향한 빛나고 긴장되고 영원한 갈망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그들만큼 순수하고 투명한 다른 존재를 그들 앞에 데려다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개의 거울이 매일매일 똑같은 절망적인 모습만 비춰 준다면, 평행으로 놓인 두개의 거울은 밀도높고 순수한 그물망 같은 상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사람의 시선을 세상의 모든 고통 너머에 있는 무한궤도, 그 우주 공간의 순수성 속으로 끌고 간다.'

-화자'나'의 잡기_180p,투쟁 영역의 확장,미셸 우엘벡

19.5.12

19일

요 몇 일간의 급작스러운 만남과 이야기
-돌이켜야 할 이유가 있다


너는 어떤 사람이니? 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을 털어놓고파하던 낯선 마음

반자동으로 행해지는 것들은 계속 반복되도록 흘려두어야 종국에는 그것을 정말로 볼 수 있다.

내가 일하던 가게가 문을 닫았다 느즈막히 옮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이 그곳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물렁해지는 것을 짧은 기간에 보게 되는 것은 이런 소멸의 시기에

매일
나도 모르는 죄까지도 짓고 있을 것이라고
늘 염두에 둔다
몸을 씻을 때에 특히 많은 것을 후회한다

내가 늘어놓고 싶은 이야기는 궤변이 아닌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28.4.12

토요일 실기실 대화

다른 환경 혹은 정신으로 이동하는 행위를 논할 때에 우리는
함부로 도망이라는 정의를 주어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는 현대미술의 무규범과
대부분 자신에서 결국 자신에게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질식할만큼 위험한 것이었고
나에게는 요즘 방식의 소셜 네트워크가 그러하다
그러나 나에게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흥미로운 것이다.



2.4.12

예전에 쓴 숨겨둔 글자묶음 네개를

오늘 다시 상자에서 꺼낸다. 그것도 내 모습일지니
밑의 글자들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적힌 글자들이 아님을 적어둔다.

Hermannstrasse

이사했다 부채꼴 모양의 창문이 두 개 있는 방으로
나는 이제 개구리왕에 가서 무성영화와 재즈피아노를 같이 볼 수도 있고
템펠호프에 걸어갈 수도 자전거를 탈 수도
섬세한 사람 파스칼이 말해준 밤이면 낮과 아예 다른 그림을 보여주는 갤러리 앞을 걸을 수도
부다페스트같은 수영장에도 갈 수 있다





버려야하는 것
없어도 되는 것
머물고 있는 것
있어야하는 것
지켜야하는 것


물리적으로 짐이라는 것을 감각할 때 생겨나는 관념의 방
오늘은 라디오에서 영하 8도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 있다



논리와 정당성은 썸카인다 다른 얘기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겠다 황에영이 서툴게 뜬 장갑에 튀어나온 올같은 인간이 낫다
너의 얘기는 너무 지루하다

약속이 있는 방

키리코는 나에게 가끔 너무 완벽
키리 코
키 리 코
키리코
조르쥬 드 키리코
졸 쥬 ㄷ 키리 코

도서관에서 키리코의 화집을 보다가
네명의 사람들(피카소를 포함한)이 앉아있는 간단한 드로잉을 만났는데
양복을 차려입은 작은 레오폴드
한 때 멋을 많이 냈을것 같은 중년 여인 헬렌
가슴에 앙코어 그림이 있고 줄무늬 셔츠를 입지않은 피카소
그리고 두툼하고 살찐 손을 내밀고있는 페라의 옆모습
그들의 탁자에는 음식과 마실것이 있었고
그들 뒤에 화가가 파레트를 들고 서있는 그림이 걸려있었다


>>>>>>


앤디에게 마음 열었음 어느 그림 앞에서 르네에게 무너지듯이 그랬던 것 마냥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한다








지난 밤의 공연을 꼭 기록해두고 싶다

어두운 공간에 새들이 날고 나무가 자라났다가 다시 지고 하는 형체가 반복한다
우리가 입장했던 바로 그 문으로 생소한 모습의 두 명의 원시부족이 들어와 고블디국으로 소통한다 빙산처럼 보이기도하고 돌처럼 보이기도 하는 곳에 들어가 하나가되기도 분리되기도
그리고 사라진다
못이기는 듯이 바람에 밀려 세상에 던져진 키가 큰 남자가 벽을 탔다가 천장을 탔다가 어떤 구멍에 안착하고 타자기를 발견한다
파이프를 물고 그럭저럭 타자를 친다
언어로 더럽혀지고 또 굴러가는 세상을 말한다 또 찬양한다 고통스러워한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창녀가 넘어갈듯이 무섭게 웃는다
사랑을 얘기한다 수십개의 여자의 이름을 외치며 뽐낸다 가끔은 남자의 이름도
마리아 그 여자의 이름에서 그들은 만난다
빛이 물처럼 떨어지고 그 빛 물을 맞으면서 보폭이 없는 춤을 춘다
시간은 반복되어 아기들이 모래사장에서 모래와 쓰레기로 소통한다
다시 생겨난 원시부족들은 싸우는듯 경계를 지우는듯 넘으려는듯 받으려는듯 밀어내려는듯
결국에는 갈라져 오랫동안 흐느낀다

8월 16일 실기실

신형철씨 인터뷰 너무 아름답다.
특히 예술가 안에 비평가가 있어야한다고 언급하는 대목은 정말로 큰 힘이된다.
꽤나 많은 것을 뒤로 다시 감아야한다는 느낌이 온다.
이미지와 글덩어리들의 포화속에서 보물을 캐는 것이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