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자 습관처럼 악몽을 꾼다. 누군가한테 말할 수 없다.
겨울은 나한테 위험하다. 무언가를 제대로 서술하지도 못하는, 괴롭고 게으른 무언가가 된다.
스물 여덟과 스물 아홉은 어떤 의미에서는 내게 재앙이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고, 동시에 잃었다. 절실한 무언가를 담기위한 자리를 마련하려고 나는 그 어지러운 것들을 내 삶에서 추방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당연한 이치였지만, 극단적인 상황들, 내가 원하던 것들이 거의 단번에 해결되는 시간동안 나는 행복과 불행은 붙어있는 것이란걸, 내 방법은 역시 이번에도 틀렸다는 것을 억지로 깨달아야했다. 그리고 영원히 나는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할 거란 것도. 나는 영원히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란 것도.
그리고 돌고 돌아서 나는 정말로 추방당한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나는 그 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얼마나 두꺼운 막속에 내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선가 만났을 수도 있을법하지만 어쨌든 낯선 사람의 블로그를 사흘 째 염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적어내리는 방식에 전율한다. 당연히 가감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내 안의 어지럽고 추한 무언가를 대충 얽어 한 서랍에 넣어 놓았다가 그걸 열고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건 대체로, 내가 보았고, 봐야할 영화들을 끝도없이 모아둔 하드디스크랑 비슷한 공간일 것이다.
영화를 봐야한다. 많이. 그냥 정말 많이. 예전처럼 영화를 보지 않게된 시간동안 나는 굳어지고 말라졌다.
그렇게나 영화에 온 정신을 의탁했으면서, 어떻게 한순간에 영화를 내게서 내쫓을 수 있었을까.
이게 떠나간 친구들이 나에게서 느꼈던 끔찍한 잔인함이었겠지.
14.1.18
29.9.17
sue
웃음을 머금고서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고 하셨다.
몇 푼 안되는 돈을 받고 보람 없는 평론을 내놓는 것 보다
쓰고싶은 글을 천천히 쓰되, 아카데미에서 젊은 지성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시간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몇 푼 안되는 돈을 받고 보람 없는 평론을 내놓는 것 보다
쓰고싶은 글을 천천히 쓰되, 아카데미에서 젊은 지성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시간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27.6.17
잠에서 깨는 딱 순간에 뭔가 더러운 것이 머리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어떤 명상으로 그것을 멈출 수 있을까?
뭔가 갖고싶은 것이 있는데 가져지지 않을때는 거기에 정신이 팔려 모든 것들을 잊는다.
성숙하지 못한 감정의 일례로, 진짜 좋아해서라기 보단 비틀어진 이유들로 D를 가지고 싶었던 작년의 짧은 몇 달간 나는 돈도 예술도 명성도, 웃기게도 D를 가지려면 필요한 어떤 부차적인 것들로 여겼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걔에게서 얻고픈 걸 얻지 못하고 온 몸과 마음이 다 걷어차였을 때도 뭔가를 생각하고 만드는 행위 밖에는 나를 달랠 것이 없었고, 그러고서도 가질 수 있는 건 아주 아주 개인적이고 너무나도 관념적인, 레슨의 결과인 문장들밖에 없었다. 결국 손으로 그러쥐어 가질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아름다운 물건. 전시를 해서 이름과 놀라운 능력을 뽐내어 어떤 영향을 주는 것. 누굴 사랑해서 자기 이름 옆에 누군가의 이름을 묶어놓는 것. 인스타그램에 팔다리를 엿가락처럼 늘인 사진이나 누구랑 친해보이는 사진이나 내가 먹은 곳 간 곳의 사진을 만천하에 걸어두는 것. 다 비슷한 의미에서 애초에 가질 무언가조차 존재하지 않는 일들이다. 실제로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건 더 더 공기같은 것들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매일 불쾌하게 다가오는 아침에는 공기만을 가질 것이라고 되뇌일 것이다. 공기만을 누릴 것이다. 동물과 같이 산책할 때 들이쉬는 밤의 고요하고 물기어린 공기. 어중띠게 노란 저녁에 무너지듯 이른 귀가를 하면서 보는, 지저분한 건물과 종일의 사람들이 새겨져있는 공기. 연인과 같이 심심한 식사를 할 때의 밥김같은 공기. 잔혹한 형상으로 부풀어오른 볼을 가진 노인이 입김처럼 인생의 섬찟함을 후후불며 지나갈 때 몸이 맞는 공기.
내가 너의 오래된 친구라고 누가 말해주던?
그렇게 단언하지마. 공기가 아니래.
28.1.17
2017년은 늘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짐하자.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이라는 표현이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이해했다.' '나는 이해를 못 했다.' 이렇게 말하는게 너무 단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나를 기만했던 것이다. '나'라는 주어를 제하고, 애매한 표현들에 기대서.
새로운 다짐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올 해에 접근하는, 엑세스 코드를 만드는 것으로 대체해본다.
1. 100% my decision
선택과 결단의 과정을 더 더 나에게로 옮겨오고 싶다.
내가 결정하고 책임졌을 때 오는 충실한 고통의 횟수를 올 해는 더 늘려나갈 수 있길 바란다.
도움은 정말 간절할 때 요긴하다고 느낄 수 있다.
2. Handland
작업과 구체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물리적으로 더 몰두할 것이다. 작업양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걸 두고 머리로 씨불씨불대는 것은 시작과 마무리에만 허용해본다.
3. HMGH
11월부터 내 머릿속을 휘어잡고있는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내가 여태 쌓아올린 켜켜이 묵은 생각들을 발로 꽝꽝 무너뜨려 풀어헤칠 수 있길 바란다. 이를테면 내가 혐오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내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내는 것이다. 관건은 내상을 입지 않을 것.
13.11.16
24.10.16
13.10.16
20161014
첫 번째 개인전을 끝냈다.
보여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 몇을 직접 초대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후회는 안하기로..
포스터와 리플렛 편집때문에 두 달간 시달려준 최세라님의 끈기와 내적 아름다움에 감사를 보낸다...
나는 올 해에 보여준 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흐르는 식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마음대로, 돈도 많이 드는 전시를 하고 나니
모험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핑계대지 말고 할 것. 할 수 있는데까지 해나갈 것.
28일 후면 나는 이 곳을 잠시나마 떠날 수 있다.
아기.
강아지.
노 한국미술
노 현대미술
노 나
노 가족
노 친구
노 돈벌이
노 공부
노 사건
노 악용
노 남용
노 착취
시간을 그냥 보내다 올 것이다.
그것이 내가 제일 원했던 것이고, 절실한 것이다.
한달동안 통장을 채우고, 책만 읽으면서 보낼 것이다.
역시 니가 원하는 그림은 안그릴꺼다.
8.9.16
17.8.16
d-27
오랜만에 손택이 바르트의 죽음 이후에 쓴 글을 읽었다.
맞아들어가고 되어간다는 느낌. 서서히. 아주 천천히
확신하고 그것을 사랑할 것
그게 소중하게 여기던 이전의 무언가를 저버리는 일일지라도.
너도 그렇게 했잖아
맞아들어가고 되어간다는 느낌. 서서히. 아주 천천히
확신하고 그것을 사랑할 것
그게 소중하게 여기던 이전의 무언가를 저버리는 일일지라도.
너도 그렇게 했잖아
2.8.16
D-45
나는 아직도 그날 밤에 그 거지같은 바에 왜 모리세이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을 수 있는지 모른다.
인생이 그토록 우발적이고 이상한 것이야 라고 환원시키지 않아도 올 해는 충분히 이상하였고,
그 안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지 못했어도 그 가까이는 가려고 노력했다.
나는 시각적 인식체계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깊이 파지도 않을 것이다.
도를 깨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현자가 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불어닥치는 긴장을 이런 방식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인생이 그토록 우발적이고 이상한 것이야 라고 환원시키지 않아도 올 해는 충분히 이상하였고,
그 안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지 못했어도 그 가까이는 가려고 노력했다.
나는 시각적 인식체계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깊이 파지도 않을 것이다.
도를 깨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현자가 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불어닥치는 긴장을 이런 방식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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