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원 수업에서 베르그손의 '웃음'을 읽고 '엘지 유플러스-불났어요?' 를 녹취, 얼마간 물고 있었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에 아쉬울 만큼 꼭꼭 씹어볼 만했다. 써간 글을 같이 읽고 이야기 했고, 괜찮은 평을 받았다. 수업이 일찍 끝나 아트시네마에 가려고 탄 버스에서, 유체이탈하는 시점을 돌렸다. 잠깐 불장난과 내가 만든 거지같은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보고, 내가 너무 웃겨서 웃었다. 그리고 그게 웃긴게 웃기고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 진심으로 노력해서 결국 우스개가 되어버리다니. 어차피 이미 우스개가 된 거였는데 나만 이제 인정하는건가 싶었다. 버스 창문에 머리를 박고 웃고나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웃겼던 온갖게 들이닥쳤다. 그런 것들이 뒤섞여서 그간에 내가 매여있었던 감정을 채썰어버렸다. 그래서 또 눈물났다. 세숫대야에서 발견했던 뭔가가 떠올랐다. 로렐과 하디 떠올랐다. 피터팬 영화에서 적진으로 굴러가던 아이가 떠올랐다. 개그와 코미디의 다름이 떠올랐다. 4월에 술 진창 마시고 쓴 글을 다음 날 읽으며 경악했던 일 떠올랐다. 언어로 표현된 웃음과 언어로 창조된 웃음의 다름도 떠올랐다. 일요일에 들은 똥얘기가 떠올랐다. 얼마전 친구 작업실에 사람들과 있다가 한 번에 같이 웃었던 부분이 떠올랐다. 전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글과 말이 아닌 형태로 자꾸 자꾸 떠올랐다. 오랜만에 전부 다 명료하게 왔다. 그 순간에 언어는 쓸모 도 없는 느낌이었다. 줄줄 울면서 웃다가 너무 힘들어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아트시네마 도착했다.
날씨 좋고, 옥상에 앉아있자니 껍질밖에 없는 자학과 자괴를 못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뚜렷하게 보였다. 나도 가끔 그러니까. 잘 보였다.
어쩌다보니 억지로 미워하려던 마음이 악취처럼 느껴졌다. 어 맞어..내가 광선검으로 조져야 할 것들은 따로 있었지.
정혜가 와서 올해의 계획에 대해서 얘기 나누고 몬테이로의 신의 결혼식 보고 집에 돌아왔다. 정혜와 아트시네마는 10개월 만이었다. 거의 혼자였고, 몇 번은 몇몇 다른 사람들과 같이였다. 혼자 보는게 익숙하고 좋아도 끝나고 같이 영화얘기할 사람이 없다는게 못견디게 처참한 날은 생긴다. 그래서, 같이라면 정혜랑 가는게 늘 좋았다. 더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사라졌다.
그림을 그리다말고, 오늘은 오랜만에 괜찮은 날이라는 생각 들어서 상세히 기록했는데,
써놓고 나니 미친 것 같다. 오늘 웃어도 몸속의 분노때문에 분명 폭풍같은 것들은 언제든 올 수 있다고 뇌에 쓴다.
그래도.. 다음 주면 악몽같은 돌곶이 떠난다.
"여기서 이 코미디는 끝나요." 이게 신의 결혼식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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